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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아빠 육아/육아건강

아기 생후 18개월 서혜부 탈장(난소 탈장)과 수술 후기

by EXIT_40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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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몇 개월 전에 있었던 딸의 탈장 증상과 수술 후기에 대해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저희처럼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을 읽기 싫은 분들은 맨 아래 요약을 해놓았으니 참조해주세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 6월 말,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를 데리고 어디갈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맵으로 주변 키즈카페를 검색하니 저렴한 곳이 있어 처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갔어요.

그렇게 잘 놀던 아이, 미끄럼틀을 몇 번 같이 탔고 공놀이를 하다가 위 사진처럼 잘 놀고 있어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여러 장 찍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지 않는 아이, 이내 털썩 주저앉더니 "아야아야"를 연신 외치며 사타구니 쪽을 가리켰습니다.

 

"기저귀가 너무 꽉 끼나? 아까 미끄럼틀에서 내려올 때 엉덩이가 아팠나?"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들 때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아래만 바라봤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아야아야"거리면서 사타구니 쪽에 손을 댔는데 그때도 기저귀 갈 때 너무 쌔게 닦았나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반복적으로 아프다고 해서 월요일에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이네요. 초음파를 봐야 정확하게 확인을 할 수 있긴 한데 아기가 잠을 잘 때 와야 촬영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 것 같네요."

 

(재우고 와서 초음파 검사 대에 눕히면 당연히 깰 텐데 첫 번째 병원에서는 왜 수면유도제를 통한 방법을 설명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이때 알았다면 바로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을 텐데요.)

 

소아과 의사도 별 탈 없다고 했고 별다른 증상은 없어 집으로 왔고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아이는 또 "아야아야"를 외쳤고 서서히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아야아야"를 외칠 때 앉아줬는데 보통은 힘을 빼고 있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 'ㄴ' 자로 꺾여있었습니다.

 

"정말 아픈가 보다. 이 시기에 배 쪽이 아프면 탈장이라는데 일단 또 병원에 가보자"

 

밤 8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밤 9시경에 응급실에 도착해보니 15명 정도의 응급 환자가 있었고 곧 진료를 받을 줄 알았지만, 접수 먼저 한 환자부터 보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로 진료실 대부분이 폐쇄되어 보호자 1명만 들어갈 수 있어 아내만 들어갈 수 있었고 아이는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였고, 저는 운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위 사진처럼 대기 시간이 약 6시간이라고 미리 말해주었다면 조금 편했을까요?

 

1시간 내외로 끝날 줄 알았던 대기시간이 5시간이 훌쩍 넘길 즈음..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담당의사가 수면유도제로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려고 했고 수면유도제를 먹이려고 하자 아이가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소리였습니다.

 

1시간 후 아내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나와 말했습니다.

 

"소아과 의사는 없어 그냥 배정받은 의사에게 진료받았어. 초음파 검사해보니 탈장은 아니래. 탈장이라면 탁구공처럼 튀어나온 게 바로 보인데. 이상이 없는 것 같다는데? 혹시 모르니 소아과 교수님께 한번 더 받아보래"

 

 하.. 의사 두 분이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는 계속 아프다고 하고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끝을 봐야 했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오자"

 

(참 신기한 게 조카도 그렇고 애들은 심하게 아프면 꼭 주말에 아픈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항상 답이 안 나와서 다음 주 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월요일까지 아내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이를 달래며 다시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교수님은 응급실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본 뒤 서혜부 쪽을 눌러보더니 이내

 

"탈장이네요 근데 난소 탈장인 것 같아요. 수술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 후에 오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님은 달랐던 게 다른 병원과 응급실에서는 초음파에서 아무것도 안보였다고 했는데 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시고 경험을 토대로 탈장이 보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로 맞추셨어요.

 

하지만 솔직히 아무 이상 없기를 바랐는데 막상 수술을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됐습니다.

 

"괜찮겠지? 그래도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님이 직접 해주신다고 하셨고 경험도 많아서 괜찮을 거야.."

 

"근데 2주나 기다려야 되네.. 어떻게 기다리지.."

 

2주간 아이는 아프니 밖은 못 나가고 아이는 아프다고 하고 잠도 못 자고.. 응급실에 있으면서 가져 간 보리차도 상했는지 며칠 동안 바로 설사를 해버려서 다시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오고..

 

설사를 하면 탈진이 예상되어 수술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든 멈추려고 미음이며 죽이며 끓여 먹이느라 정말 힘든 2주를 보냈습니다. 솔직히 이때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다행히 수술 전에 설사는 멈췄지만 아이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위 사진처럼 사타구니 쪽에 서혜부 탈장(난소 탈장)이 일어났습니다.

 

 

2주 후 수술실에 도착해서 링거를 꽂기까지 정말 긴 시간 동안 아이를 달래야 했습니다. 아내는 또 혼자만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이번에는 저도 들어가서 보조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수술을 시작했고 저는 또 무한 대기를 했습니다. 당연히 아내가 더 힘들지만 기다리기 밖에 못하는 저도 정말 스트레스받고 미안하고 힘들더군요..

 

수술은 다행히 대기시간만큼은 걸리지 않았고 40분 정도 걸려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반창고를 뗄 수는 없어 수술 후 집에 와서 찍었습니다.)

 

수술은 위 사진처럼 복강경으로 진행했는데 배꼽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을 넣고 그 부위 바로 위를 찢어 수술하는 방법으로 흉터가 안 남아 요즘에 선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회복실, 아이는 수면마취에서 막 깨서 비몽사몽.. 아내는 지쳐 바통 터치를 했고, 영상통화를 해서 아이의 의식을 찾게 했습니다.

 

응급실에 돌아와서는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계속 깨워야 했고  2시간 정도 아이를 울려 쪼그라든 폐를 다시 원상복구 시켜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에 가스가 차게 되고 발열이 심해져 다시 응급실에 와야 한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 아이를 못 눕게 하고 소리를 내서 깨우고를 반복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너무 울어 목이 쉬어 우는 소리도 나지 않더군요..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2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깨웠습니다.

 

2시간 후..

 

"바로 퇴원하셔도 되고요 일상생활 가능하세요. 하지만 배꼽에 반창고는 떼지 마시고요 목욕은 시키면 안 됩니다."

대망의 정산 시간, 확실히 제가 다쳤을 때는 치료비가 걱정돼서 싸게 치료하곤 했는데 자식이 아프니 비용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살짝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500만 원 넘게 나오는 거 아니야?"

 

다행히 우리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45만 원 내외, 의료보험 혜택이 없었다면 약 372만 원 정도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직장 상사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애가 아파서 수술받고 퇴원하고 의료보험 혜택 받은 거 보면 대한민국에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일지 알 거다."

 

여기가 미국이었다면 아마 기본 3,000만 원 이상 내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수술이나 받을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니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정말 좋구나"

 

이 말을 대뇌이며 비용을 지불했고 다행히 출생하기 전에 든 보험 덕분에 전액 보험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은 보험처리가 안된다는 소리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바뀌었는지 전액 보험이 되더군요.

 

퇴원 후 진료받기까지 반창고를 떼는 아이를 말리고 수술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아이를 달래면서 2주일을 보내고

 

2주일 후 다시 진료를 받아 반창고를 떼어내고 끝났다는 확답을 받은 후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글이 길었지만 그래도 당시 상황을 최대한 간략히 줄여 썼고 저희처럼 처음 겪으시는 분들은 대략적으로 과정을 미리 습득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위에 언급드렸듯이 탈장을 발견한 부분부터 수술 후 정산까지 유의해야 할 점을 요약해놓았으니 참조해주세요.

 

1. 아이가 계속 같은 곳을 가리키면서 아프다고 하거나 특정 자세에서 운다면 탈장을 의심해보세요.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수면유도제를 먹이는데 수면제와는 달라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 의사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병원 3군데는 방문해야 저희처럼 조기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2. 응급실은 대기환자도 많고 소아과 의사도 없으니 그렇게 심하지 않다면 다음날 오전 진료를 받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아이가 울고 보채지만 밤에 응급실에 간 아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추천하지 않음)

 

3. 수술하기 전에 아이와 보호자 1명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며 되도록이면 수술할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4. 응급실에 가야 한다면 중환자실은 살짝 덥기 때문에 우유 같은 상하기 쉬운 음식은 가져가지 마세요.

(응급실을 다녀온 후부터 일주일간 설사를 했는데 대기하면서 먹은 보리차가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수술 날짜까지 설사를 할 경우 수술은 미뤄집니다. 다시 몇 주를 기다릴 수 있으니 수술까지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5. 병원마다 다르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진찰부터 수술까지 2주 정도의 대기시간이 필요합니다. 흉터가 나지 않는 복강경 수술을 선호하지만 의사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수술은 당일 끝나며 아침 8시 정도까지 입원실에 가서 링거를 꽂고 대기를 한 후 9시에 수술실로 가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목욕은 시키지 말고 되도록이면 간호사가 붙여 준 반창고를 떼시면 안 됩니다.)

 

6. 수술 후에는 회복실에서 30분가량 있다가 다시 입원실로 가는데 이때 아이를 2시간 정도 울려 쪼그라든 폐를 다시 원상복구 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 폐에 가스가 차서 밤에 발열과 두통이 심해지고 다시 응급실로 와야 하니 마음이 아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울려야 합니다.

 

담당 의사분이 오셔서 아이의 상태를 보고 퇴원을 허락한다면 퇴원하시면 됩니다.

 

7. 응급실에 가시더라도 비용은 전액 보험 처리되며 대부분 유아 보험을 가지고 있어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8. 수술을 한 후 아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게 되므로 2시간 동안 울리면서 강압적으로 했던 행동들과 병원에 간 것을 사과하면서 달콤한 간식을 줘야 합니다.

 

(한 달 후 건강검진인데 예방접종 때와 달리 아이가 어떻게 울지 예상이 돼서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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