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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많이 싸우셨다.
심하게 싸웠지만 극단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
그때는 IMF가 터진 직후라 실업률이 높았고 티비에서 가족 단위의 자살 사건들이 간간이 나왔기 때문에 뉴스들을 떠올리며 "혹시 우리도 그렇게 죽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산에 캠핑을 가자고 했다.
집안 분위기고 뭐고 일단 신이 났었다.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가재도 잡고 오리랑 닭도 생걸로 잡아 구워 먹었다.
어느덧 밤이 됐고 텐트에서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들었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돌에 머리가 배겨서 새벽에 깨서 달빛을 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부모님은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네"
하는 순간 텐트 밖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면서 "죽자 그냥"라는 소리가 나즈막 하게 들렸다.
순간 나는 부모님이 내가 자고 있을 때 몰래 나가서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일단 자는 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살짝 졸았다가 다시 눈을 떠서 확인해보니 부모님의 형상이 보였고 "싸움이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놀다가 라면을 끓여먹고 집에 갔고 그날 밤 뉴스에서 우리가 갔던 그 계곡에 일가족이 텐트에서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 그 옆에 있던 가족이었나 보다."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계곡에서 놀다가 스쳤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이내 한 가족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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